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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 600년만에 가톨릭 첫 ‘생전 사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 600년만에 가톨릭 첫 ‘생전 사임’
  • 채널제주
  • 승인 2023.01.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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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미사 1월 5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한국 내 공식분향소 2일부터 서울 주한교황대사관 예정
서울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각 교구별로도 분향가 설치 예정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왼쪽, 당시 요세프 라칭거 추기경)이 2002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왼쪽, 당시 요세프 라칭거 추기경)이 2002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채널제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2005년 4월 19일 추기경님들의 손으로 저에게 맡겨진 베드로 성인의 후계자인 교황의 직무를 사퇴합니다. 이에 따라 2013년 2월 28일 20시부터 로마 주교좌(座:교황직)는 공석이 되며, 관할권자들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하여 콘클라베를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지난 2013년 2월 11일 전세계 가톨릭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즉위한 지 8년째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갑자기 사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직 교황이 생전에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생전에 교황직을 사임하며 가톨릭에 새 역사를 쓴 베네딕토 16세 전(前) 교황이 31일(현지 시각) 선종(善終)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입장에서 20세기 후반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 젊은 시절엔 진보적 신학자로 촉망받았다. 현대 가톨릭의 기틀을 마련한 1960년대초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에는 가톨릭 교회 개혁을 앞장서 주장했다. 그러나 1960년대말 전(全) 유럽을 휩쓴 ‘68혁명’ 당시 네오마르크시즘의 급진적 행태를 목격한 후 보수적 신학으로 돌아섰다. 독일 본대학교, 뮌스터대학교, 튀빙겐대학교를 거쳐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1977년 뮌헨대교구 교구장 추기경이 됐다.

바티칸 교황청에 입성한 것은 1981년.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후 요한 바오로2세가 선종하고 베네딕토 16세가 즉위한 2005년까지 20여년은 가톨릭의 격변기였다. 남미를 중심으로 해방신학이 확산하고 사제가 게릴라가 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또한 여성사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무신론과 세속주의도 위협이었다. 그는 이런 움직임에 강경하게 맞섰다. “동성애는 죄악” “콘돔 사용은 신의 섭리에 위배” “낙태 지지 정치인들에게 성찬을 베풀지 말라” 등의 발언으로 강경 보수파로 각인됐다. 대중들과 잘 어울렸던 연극배우 출신 전임 요한 바오로2세에 비해 학자풍인 그는 대중적 인기는 적었다. 하지만 완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고양이를 좋아했으며 피아노 연주와 맥주를 즐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인간적 면모는 2019년 영화 ‘두 교황’에서도 묘사됐다.

2005년 그가 후임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바티칸 주변에선 ‘과도기적 교황’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고령(즉위 당시 78세)인데다 보수파로 유명한 그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징검다리 교황’ ‘전통의 수호자’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종신(終身)으로 여겨져온 교황직을 생전에 사임함으로써 새 전통의 창조자로 대반전을 연출했다.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교황이 사임할 당시에는 교회의 분열로 세 명의 교황이 동시에 공존하면서 극심한 갈등상을 노출했다. 그레고리오 12세의 사임은 이런 정치적 배경에서 이뤄졌다. 반면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본인이 밝힌 것처럼 ‘건강 때문’이었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그의 사임 후 2013년 2월 28일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며 ‘두 교황’ 시대가 열렸다. 교황을 상징하는 흰 옷을 입은 전임·후임 두 교황이 포옹한 후 전임 교황이 헬기를 타고 바티칸을 떠나는 장면은 가톨릭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퇴임 후 독일 언론인과 인터뷰를 통해 “사임은 건강 때문이었다”면서 “후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5년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될 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유력한 후보로 함께 거론됐기 때문에 “그때 이미 기회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았을 때 기뻤고 행복했다”며 “(비유럽 출신 교황 탄생으로)지쳐있는 서구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신앙에 대한 지루함과 망각으로부터 다시 일으켜세울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실천한 ‘생전 사임’ 전통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3년 교황 선출 직후 ‘건강상의 이유로 장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당시 교황청 국무원총리였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사직서를 미리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미사는 1월 5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 내 공식분향소는 2일부터 서울 주한교황대사관에서 마련될 예정이며, 서울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각 교구별로도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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