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마음 헤아릴 수 있는 큰 어른이 진정 필요”
과연, 제주에 큰 어른은 없는가?
빈 깡통은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않는다. 속이 가득 찬 깡통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나는 깡통은 속에 무엇이 조금 들어 있는 깡통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을 조금 아는 사람이 항상 시끄럽게 말을 한다. 조금 안다거나 수양이 덜된 경우에 사람들은 요령처럼 시끄럽다.
대한민국의 탄핵정국에서 제주에도 그 영향이 온 듯하다. 지난 6일 제주항일기념관에서 강행된 제주4.3사건을 좌익폭도에 의한 무장반란이라고 주장한 서경석 목사의 강연에 제주도 ‘3김시대’의 한축을 이뤘던 신구범 전 지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도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미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기억을 지우기도 전에 이날 강연 이전 서경석 목사와 나란히 앉아 서목사의 제주4.3 폄훼 발언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편견말라. 언론이 편견을 갖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서 목사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제주4.3 문제는 제주도의 민감한 문제로 전직 도시사의 이런 발언은‘몽니’인지 모르지만 제주사회를 화합은커녕 분열로 이르게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강연’을 펼치며 “5.16은 혁명”,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전두환, 전두환은 배짱 좋은 사람”, “국정농단 사태는 공무원들 책임”, “최순실 사태의 원인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등의 충격적 발언까지 했다.
진정 제주에는 아름다운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환경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인 땅,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단 말인가.
과거 관직에 몸담아 벼슬을 했던 우리 조상들은 벼슬을 그만두면 낙향이라는 선택을 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거나 후학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지도자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겸양'과 ‘겸손’이다.
현직에 있을 때 다 못한 미련이 남았는 지 모르지만 다시 일선으로 나서며 훈계하듯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며 고개를 드는 것은 추할뿐이다. 아직도 수양 부족인지 노욕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자기의 분수를 알 때 존경받고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것이다.
아름다운 강산 제주에, 영원히 후손에게 물려줄 제주에서 더 이상 썩은 피를흘리게 하지말자. ‘종북’, ‘빨갱이’ 등 이런 말들은 아름다운 제주에서 사라져야할 단어들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그들만의 나라가 아니듯 태극기를 들고 외친다고 그들만이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말하고자하는 뜻대로 제주가 정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거센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가 다독이며 서로 이웃이라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마음만 가져도 제주는 한층 정화가 되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가 어지러운 요즘,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제주도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말과 제주의 민심을 이해해줄 수 있는 큰 어른이 지금은 필요한 때다.
도민들은 자기의 과거 전력을 무시하고 갈지자 행보를 하는 제주도의 역대 지도자들의 정체모를 이념으로 밤낮없이 싸우며 이슈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그나마 한때 추앙받던 지도자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말한마디에 제주 도민들은 실망으로 혀를 찰 뿐이다. 이제 입춘이 지나 봄이라지만 날씨가 그래도 좀 쌀쌀하다. 이럴 때는 방안 온돌방에서 따뜻하게 몸이나 녹이면서 몸사리는 게 장수하는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