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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94)엄마가 똥 쌌다
[현달환 칼럼](94)엄마가 똥 쌌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7.01.18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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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똥 쌌다

                     초인 현달환

엄마야,
눈물콧물 마른날 없이
온 종일 밭에서 힘들게 삯을 하고
눈풀어진 동태하나 흰 두부 하나 사들고 집에 오니
항아리서 떠다 놓은 삶은 물에 검게 덮인 몸 씻고선
젖가슴도 내려앉은 품속으로
젖을 물려 우는 아이 잠재우며
고구마 섞인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끼니를 때웠네

엄마야,
삭풍에 차가운 맨손으로 빨래를 하며
손톱도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
고통은 하늘을 찌르고
아이들이 동네작물 서리하며 속 썩여도
바람이 송송 드는 뼈마디 가는 두 다리로
바위처럼 딱딱한 발바닥 하나로
세상을 견디며
우리 가족의 언덕이셨던 엄마야

오!
가랑비에도 그냥 눈물 흘렸던 엄마야
산들바람에도 신음 소리 내던 엄마야
작은 파도 일렁임에도 가슴 조이던 엄마야

그날
눈물 마른날,
엄마가 똥 쌌다.
엄마가 배시시 웃는다, 그제야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우리들의 엄마는 그랬다. 늘 정화수를 떠놓고 멀리 있는 자식이 잘되기를 기도하는 하루를 보냈다. 당신 자식들도 많아서 한 손가락으로 다 못 세어 다른 손가락을 빌려 셀 수 있을 정도로 자식도 많았다. 그렇기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사건 사고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는 서로 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엄마와의 정, 형제간의 정들이 몸의 때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정들을 잊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우리들의 삶이 풍성하게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갑자기 다른 나라에 비해 선진국대열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만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과거는 온전하게 남아있다. 심지어 어디에서 놀았고 어디에서 공부를 하고 어디에서 밥을 먹었는지도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쉽게 현재를 살면서도 귀한 정이 숨 쉬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집안에 있어 특별한 존재이다. 아버지는 그렇다 해도 어머니가 집에 없으면 집안이 썰렁한 느낌이 든다. 가냘픈 어머니지만 그 존재의 의미는 한 인간의 존재만의 역할뿐 아니라 어머니는 집안을 풍성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어머니가 아프면 온 집안이 다 아픈 것이다.

어머니의 행복은 자식이라는 존재를 위하여 100%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어머니의 건강은 자식이라는,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 속에서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자식이 잘되거나 안 될 때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항상 옆에서 위로가 되고 격려를 받음으로써 힘이 된다.

그런 어머니는 항상 고생을 한다. 그래서 자식들은 고생하는 것을 봐서 늘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릴 준비를 한다. 그것은 철이 든 이후부터라는 데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시간과의 차이일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어머니가 아프거나 몸이 안 좋은 뒤에야 철이 들어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자식이나 사람들이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어머니도 이젠 많이 변했다. 과거엔 집안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존재였다고 하면 현재는 어머니가 과거처럼 100% 희생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식의 인생도 있고 당신의 인생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좋은 현상일지도 모른다. 막무가내로 자식을 위해 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어머니의 마음은 깊고 깊어서 자식의 모든 시름과 걱정들을 당신이 챙기려고 한다.

어머니의 손은 겨울에는 더 따뜻하다. 어머니의 손을 만지러 겨울에 한번 찾아가보자. 설이 다가오고 있다.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만나고 다시 웃으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아파서 힘들어하는 자식들이 없이 올 명절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힘내자. 당신이 힘내면 어머니도 힘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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