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공감'과 '소통' 전제돼야”
제주는 지금 쓰레기와의 전쟁 중이다.
제주시는 지난 12월 1일부터 시행하는 ‘생활쓰레기 배출 요일제’로 인해 시민들이 집안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을 감시하느라 CCTV도 모자라 감시원들을 동원하여 쓰레기 없는 도시를 만들려고 총성없는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맞서 그동안 기자회견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울분을 터뜨려온 시민들이 지난 13일을 '도민저항의 날'로 정하고, 제주시청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재활용품을 구분 없이 배출해 '쓰레기 산'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촛불행사에 제주의 최대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당국이 내놓은 '생활쓰레기 배출 요일제'에 반발하여 또 다른 촛불행사에 제주가 시끄러운 형국으로 번질 태세다.
일명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모임이 이 같은 저항운동의 중심이 되어 현실적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저항 주간'을 선포하고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제주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형국으로 치달은 까닭은 무엇일까.
제주시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서귀포시는 올해 1월1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쓰레기 배출 요일제에 대한 시민 불만은 시민들과의 충분한 논의과정 내지 계도기간 없이 시행에 따른 부작용, 즉 '소통 부족'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제주시당국은 10월말 이 계획안을 마련했고 한 달간의 계도 및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만, 요일별 배출품목이 최종 확정된 것은 11월말이었다.
최초 입안돼 공무원들로 하여금 언론사 기고 등을 통해 홍보했던 요일별 배출품목은 서귀포시와의 정책통일화 차원에서 막바지 전면 재조정되면서 사실상 홍보기간도 거의 없었다.
제주시당국은 요일별 배출제를 통해 철저히 분리수거가 이뤄지게 되면 소각, 매립 쓰레기는 2분의 1 정도로 줄어들고, 재활용품은 2배 늘어나, 결국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품 늘리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그동안 큰 골치를 앓았던 클린하우스 청결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요일제는 결국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두도록 하는 방법으로 배출량을 강제적으로 조정하는 효과만 있을 뿐,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의 쓰레기 문제의 책임을 모두 '시민 탓'으로 돌리면서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감수하라는 식의 행정편의주의는 시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연말 '엄살을 떨고 있다'는 식의 제주시장의 돌발적 발언, 그리고 계속된 불만 폭주에 대한 유연성은 매우 아쉬울 뿐이다.
시민들과의 소통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마치 행정당국이 시행하면 따라오라는 식의 편의주의는 시민들을 한낱 시정(市政)의 객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제주도가 시행하는 쓰레기 감량을 위한 방법으로 요일제가 '최선'의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검증된 바는 없다. 설령 쓰레기 문제에 대한 진단은 옳았다 하더라도, '요일제'가 현실적인 처방책이 맞는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최상의 정책이 맞느냐는 확신을 갖기에는 아직도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의 '공감'과 '소통'은 전제돼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밀어붙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시민들의 불만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겨울 추위처럼 꽁꽁 얼어붙은 행정당국에 제언한다.
지금 시행하는 ‘요일제 배출제’는 재검토 돼야 한다.
쓰레기는 시민들이 편하게 배출해야 한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데 요일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이 클린하우스에 배출하면 행정당국에서는 지금처럼 품목별로 인력을 써서 분리수거할 것은 분리하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요일제 배출제를 감시하는 데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 아니라 진정 클린하우스에서 쓰레기를 최종 수거해서 분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나마 지금은 품목별로 어느 정도 분리수거가 자리 잡힌 상황이다. 그 분리 수거된 쓰레기를 요일제에 상관없이 배출하면 클린하우스에 근무하는 인력들이 다시 분리해서 마무리하는 식의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모든 정책들은 아름다운 정책이 아니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행정과 시민이 대립하는 이 상태로 신구간을 맞이하고 계속 이어지는 정책은 제주사회가 더욱 혼란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는 행정은 더욱 더 큰 대란으로 번질 뿐이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