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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93)심돌대장군大將軍
[현달환 칼럼](93)심돌대장군大將軍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7.01.11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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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돌대장군 大將軍

                               초인 현달환

얼씨구,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절씨구,
심돌에 왔던 각설이
두 번 다시 오지 못한다.

요망진 각설이
심돌 오면 반 죽는다.

▲ 시인/수필가 현달환 ⓒ영주일보

심돌(力乭), 제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랬다. 심돌에 와서 제대로 돌아간 사람이 없었다. 동네에서 주름잡던 이들도 심돌에 오면 맥을 못 추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어릴 적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싸움도 많았고 술을 마시고 길에서 뒹굴고 흥청망청하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인데 심돌 마을도 예외 없이 길에서 쓰러져 자는 사람, 아무도 길을 통과하지 못하게 길을 막는 사람 등 각 마을에 스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과거에는 늘 일상이 된 일이었다.

성산일출봉이 바로 앞에 보이고 두산봉이라는 큰 바위 얼굴이 지켜보는 심돌 마을은 달라져있다. 과거에 주름잡던 신적인 존재들이 한분씩 수명을 다해 전설의 인물로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심돌 마을이 더 스마트해졌다. 제주올레코스 첫 시작이 되는 심돌은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 심돌에 와서 맥 못 추고 돌아갔던 각설이를 이제 다시 기다리고 있다.

용서의 심돌과 화해의 심돌이 있다. 우리는 이제 용서를 빌어야하고 악수를 나누어야 한다. 그 옛날 각설이는 어디로 갔는가. 정유년에는 제주올레코스의 첫 스타트가 아름답고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정이 다가오고 있다. 구정에는 심돌, 나의 고향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 심돌인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겠다.

거친 바람의 땅, 심돌은 아직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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