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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92)흥분
[현달환 칼럼](92)흥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7.01.09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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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

                        초인 현달환

네 손바닥 공기속이라도

네 발 아래 그림자만이라도

네 상상속 추억거리만이라도

네 가슴속 작은 불꽃으로나마

너의 기억에 넣어주라

나를

끼워주라

이제부터 조금씩

된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사람이 사는 일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 생각해본다. 반평생을 살아온 내가 후반기 인생을 아직 덜 살아서 후반기의 인생의 맛을 보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인생의 황금기는 청춘, 사춘기 시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춘기 시절이 조금 지나서 세상을 알게 될 때 인생은 그야말로 신록의 계절이다.

이성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인생, 이성에 눈뜨게 되면 인생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다. 매일 보고 싶고 매일 그려보고 매일 생각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한평생동안 이성에 눈뜨게 되는 그 시기를 통해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눈을 가지게 된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될까. 사람마다 다 다른 환경과 상황이라 결론도 다르게 낼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건전한 이성관을 갖기 위해서 조금만 참는 방법도 좋은 일일 것이다. 모든 게 흥분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흥분이라는 기분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조금 참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흥분이라는 기분은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는 인체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그 흥분으로 인해 몸 안의 나쁜 병균을 죽일 수도 있다. 그 흥분은 인생의 달콤함이라고 해도 좋다. 그 흥분을 찾아서 맴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흥분이란 것은 어쩌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반전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나는 바람만 불어도 흥분된다. 가만히 있는 내 뺨에 갑자기 불어드는 거친 바람의 살결을 맞이하노라면 바람이야말로 내 온몸을 감싸는완성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파도가 일렁이면 나는 흥분된다. 잔잔한 바다위에서 강렬하게 메아리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빠른 손놀림에 움직이는 파도의 생얼굴을 보면서 나는 가끔 흥분한다. 그러한 파도를 보면서, 방파제에게 끊임없이 애원하듯 애무하는 파도의 몸짓을 나는 흥분되게 바라본다. 무너지는 방파제의 돌멩이들은 피멍이 나는 듯 아픔을 참는 모습에서 가엾음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 있어서 흥분이 없으면 죽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흥분된 모습이 아니면 아무도 우리를 모른다. 우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흥분된 모습에서 존재감이 나타나고 민의가 나타나고 대의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흥분할 필요가 있다. 그 흥분이란 것은 반드시 절제가 필요하다. 막상 흥분되면 언제 가라앉을 것인지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흥분이란 것은 반드시 대상이 있다. 자극을 받을 대상이 있다. 그 대상에서 우리는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 대상도 역으로 나라는 대상에게는 상대방이라는 입장이 되어 흥분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흥분한 사람끼리는 결국 싸움밖에 없다. 흥분도 적당한 것이 좋다.

인생의 묘미는 즉, 절제라는 기분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흥분되게 하고 있다. 조금만 흥분하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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