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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90)배수진背水陣
[현달환 칼럼](90)배수진背水陣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12.3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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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背水陣

-초인 현달환-

배수진,
내가 그미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어

들판에 바람 부는 날이었던가.

마지막 남은 옷을 다벗고
잠자리에 들 즈음
불어 닥친 폭우 속으로
허우적거릴 때
남아있던 힘은 스르르 식어갈 때
진이 빠진 몸부림에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내의 지팡이를 하나 부여잡고
그 홍수의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친 때
마주친 그미라네.

등골이 오싹함은
어떤 기분일까
겁 없이 찾아온 그미
내가 어찌 그미를 저주할까
바람이었으면 참 좋으련만
아니 구름이라도 좋았으리라
내안에 숨죽여 바라보는 그미

두 손을 내밀며
그 타오르던 열정에
오로지 일념 하나로
햇빛의 집중과 조명을 한 몸에 받는
그미의 보이지 않는 뜨거움.

그미는
나의 등어리에 얼굴 바싹 묻고
떠날 줄을 모른다
그미는 나의 안간힘
그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
그미는 나의 마지막 동아줄

태양이 비추는 날
그미의 은빛 머리카락은
하늘거린다
영롱하게 피어난다
그미는 이제다시
내안에 있다
깊게 잠을 자고 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병신년 한해도 다사다난하여 많은 이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지난해의 오늘과 올해의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같은 날인데 매년 맞이하는 마지막의 하루는 다 다르다고. 지난한해의 오늘도 하늘을 보면서 바다를 보면서 산을 보면서 가족을 보면서 후회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올 한해의 오늘도 마찬가지로 후회하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 그 사건 상황이 다르기 우리는 지난 한해의 오늘과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오늘이 12월31일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매일 시간의 싸움을 분, 초 단위로 다투며 산 때도 있지만 그것을 매일 하다보면 너무 기계적인 삶이 되어 무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배수진을 칠 시기이다. 위기라고 한다면 위기일까. 12월 31일 이시간이 위기일 것이다. 누군가는 위기는 다시 위험과 기회로 나누어 기회일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은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그 기회를 찾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 희망이 없다면 바로 위험에 빠질 것이다. 위험이라는 것은 곧 무너진다는 것이다, 삶에서 쓰러지고 결국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굳건한 열정의 외침이다. 즉 배수진을 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몰락할 것이다.

우리는 병신년 올 한해를 보내면서 서로가 기대감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의 발전을 보면서 나의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올 한해를 달려오지 않았는가.

12월 31일 마주하면서 다시 들메, 신발 끈을 동여매어 다시 뛰어가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너도 할 수 있고,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

시나브로 찾아오는 저녁 즈음엔 모든 시름 잠재우고 새로운 마음으로 배수진을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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