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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79)심돌, 나를 품다
[현달환 칼럼](79)심돌, 나를 품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11.10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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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돌, 나를 품다

-초인 현달환-

당신이 내게로 오기 전에
나는 꿈이란 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당신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나는 관심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깊숙한 내 품안에
사치스러운 감정이 불만일 때
엄마 손처럼 맴도는 당신의 흔적,
시나브로 어둠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병약한 밤이 고독할 때
잠 못 이룬 날들은 하얀 꽃으로 피었습니다.
놀랍게도
심돌,
그 작작한 꽃으로
나를 품어
어루만지는 입김 덕에
눈물만 납니다.
심돌,
그 품에 흥건하게 젖어 있을 뿐입니다.

* 심돌 : (올레길 1코스) 시흥리의 옛말, 역돌(力乭)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시흥(始興), 제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람은- 모든 만물은-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한평생 고향에서 고향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고향에서 태어나서 타지로 이주하여 사는 이도 있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더욱 우리나라는 고향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라 고향에 대한 행사나 관심사에는 귀를 기울인다.

대개 사람들은 고향에서 삶을 마감하겠다는 얘기를 자주하는 데 고향에서 삶을 온전하게 마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인지도 모른다. 고향은 누구나 품어주는 자궁 같은 역할을 하기에 고향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다 품어주는 넉넉함이 있다.

필자 역시도 삶을 고향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고향에는 어릴 적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우리 삶은 부모가 영원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친구가 영원히 삶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향이 없는 이들이 외로운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러한 고향이 없는 이들은 지금 말미오름으로 오라, 말미오름 꼭대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산다면 이것 또한 삶의 의미가 될 것이다.

비가 내리는 즈음, 오늘 나를 품어주는 고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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