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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77)하도
[현달환 칼럼](77)하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10.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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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현달환 시인/수필가-

하늘도 스스로 발버둥 치면
도와주는 곳

토끼가 산다는 그곳
윗길을 지나 아랫길로 갔더니
하늘이 파랬어
불어오는 바람에게 물었어
토끼 섬에는 토끼가 사냐고
바람이 빙그레 웃기만 했어

바다와 가까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진짜 토끼 섬이 나타난 거야
어디, 어디? 저기, 저기
하도에는 토끼가 많았어
산토끼 집토끼 들토끼 바다토끼 하늘토끼
그 토끼들이 저 토끼 섬에 사는 거지

바다를 따라 가다
바람에게 다시 물었지
그 토끼섬엔 어떤 토끼가 살아?
바람은 답하네
거기엔 검은, 빨간, 파란, 하얀, 노란 토끼들이 살고 있다고
하늘아래
도대체 거기가 어디야?

그렇다네, 사람들은
질긴 미역줄기처럼
긴 세월을
매일
자맥질하며
살아왔다

그 하도가 좋다
많은 토끼가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눈이 큰 토끼들이
더 많았으면 좋을 그 곳

하도는
도도한 껍질을 벗고 있다
바람이 빙그레 바다를 비켜가고 있다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내가 태어난 곳은 ‘시흥’이지만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나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하도’라고 말할 것이다. 하도는 여러 개의 마을로 이루어졌다. 그 마을에는 어릴 적 꿈꾸던 토끼섬이 있다. 그 토끼섬을 가기 위해 헤엄치고 가야하는 물살이 센 곳이 있는 데 그곳을 넘지 못해 발 동동 구르다 물에 빠진 에피소드도 가지고 있다.

하도의 멋은 해안도로에 있다. 종달리에서 시작되어 세화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모습은 나은 바다의 풍광을 맘껏 만끽할 수 있다. 바로 바지를 걷어 해수욕장에서 모래밭을 거닐어도 되고 숭어가 뛰는 양어장 같은 바다 호수에서 겨울을 즐길 수도 있다.

하도에는 각별한 지인들이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시고 없지만 그래도 하도 해안도로를 지날 즈음 마음이 평안해진다.

해녀들의 활약상을 볼 수가 있고 바다해변에 떠오른 선박 부유물 쓰레기들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하도의 바다는 늘 정겨움을 준다,

우리 제주의 축소판의 하도를 보면서 무작정 달나라의 토끼를 꿈꾸는 동화속의 나라에 온 것처럼 우리는 문주란이 많이 자라는 토끼섬의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하도엔 토끼섬만 남아 있어도 멋진 마을이 될 것이다. 예전에 초등학교를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나무들이 무성하고 울창함에 놀랐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그 큰 마을에도 아이들이 모자라서 초등학교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하도라는 위풍은 대단하다.

하도는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남을 아름다운 마을이다. 친구도 있고 많은 형님, 동생들도 있고 어르신도 있지만 하도에는 토끼섬에 대한 꿈이 있다. 그 토끼섬에서 토끼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하도는 오래 갈 테니깐.

해안도로를 돌면서 커피한잔 마시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드라이브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음악이 없는 드라이브는 재미없으니깐. 음악은 삶의 완성이니깐.

지금 섬의 토끼들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문주란은 하늘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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