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시장은 출타하셨고 부시장을 찾아뵈었다. 부시장님이 우리 마을금고 총회에 참석하고 가시면서 “왜 신제주새마을금고가 노인문제를 거론하느냐. 동장이 해야 할 일 아니냐고 하신 말씀 때문에 동장이 부랴부랴 추진위원을 조직하고 그 결과 우리는 2년여를 고생하고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재원을 마련하였습니다. 김주봉 전 시장님이 양해한 부지를 제주도 출신 시장이 오니 같은 고향사람을 무시해서 공원에 경로당 짓는 것을 막는다는게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러면 안됩니다. 김주봉 시장은 그렇게 무식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범법을 하면서 그 자리를 허가 해주겠다고 한 것입니까?”하고 따졌더니 건설국장을 부르셨다.
건설국장이 큼직한 도면 한 장을 꺼내들고 보이는데 삼무공원 지도였다. 그가 하는 말인즉, 공원은 원래 시설물이 총면적의 40%로만 허가할 수 있는데, 지금 삼무공원은 50%가 넘고 있어 경로당 건립 허가는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법의 규정보다 10% 이상 지금 위반하였다. 그런데 그 이상 위반하라고는 당신네가 양심이 있으면 말 못할 것이다 하는 태도였다. 같이 갔던 사람들도 맞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시장이 법을 10% 이상 더 위반하라고 요청할 수 있나. 말을 하지말자는 것 같았다. 나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무슨 말로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주위를 돌아보아도 한 마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청측은 ‘알았으면 이제 돌아가시지’ 하는 태도였다.
나는 ‘그렇게는 안돼지’ 생각하면서 ‘나를 바지저고리로 보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물어보았다. “법은 일반 시민이 먼저 지키고 시청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까? 우선 누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까?” 하고 물으니 무심결인지 심사숙고하여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나 “시청이 먼저 지켜야지요” 하고 대답한다. “맞습니다. 시청이 앞서 준법을 하면서 어리석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여야죠. 그러면 지금 공원은 법에 40% 이상 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데 10% 이상 법의 규정을 초과하였으니 당연히 위법인데 누가 책임을 지셨고 어떤 벌을 받고 어떤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처벌이나 징계받은 직원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없다”고 대답했다. “이래서는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시민은 교통법규만 위반해도 즉결심판을 받는데요. 주차위반하면 시청에서 벌금을 부과하고 강제징수하던데요” 하니 대답을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