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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64)밥자(밥주걱) 철학
[현달환 칼럼](64)밥자(밥주걱) 철학
  • 영주일보
  • 승인 2016.09.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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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 현달환 시인/수필가

▲ 현달환 시인/수필가
여기 전복죽을 만들려고 한다. 맛있는 죽을 끓이기 위해 쌀. 전복. 소금. 참기름 등이 필요할 것이다
솥에 넣어 불을 조절하면서 맛있는 전복죽을 생각하며 죽을 끓이고 있다

그런데 전복죽을 끓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라. 모두들 싱싱한 재료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전복죽을 끓이는데 전복처럼 중요한 재료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는 달리 생각한다.

어차피 전복죽을 끓이는데 전복이란 재료가 없으면 안 되지만 더욱 맛있는 전복죽을 만들기 위해선 전복과 쌀들이 골고루 섞이도록 할 수 있는 밥자가 필요한 것이다. 밥자가 없으면 국자라도 상관이 없다

이 밥자야말로 전복죽의 맛을 한층 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죽을 끓이는데 밥자로 죽을 저어주지 않으면 죽은 덩어리가 지고 뭉치거나 솥 바닥에 붙어서 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죽이 아닌 원하지 않는 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솥 안에 있는 전복죽을 골고루 휘저으면서 맛나게 만드는 이 밥자야 말로 전복죽을 만드는데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우리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이 밥자의 기능을 하는 사람이나 역할이 필요하다.

서로 갈등이나 논쟁이 있을 때 원활하게 일이 진행되게 하는 가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밥자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논쟁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 사회에 이런 밥자의 역할은 하지 않고 숟가락이나 젓가락 역할만해서 자기 입만 배부르게 하는 자가 많으면 갈등과 비난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는 훌륭한 밥자가 되어야지 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양보와 겸양의 미덕이 더욱 생길 거라 생각해본다. 밥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눈살 찌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밥자가 배부르게 밥을 먹는 것은 세상에도 없다. 밥자는 누군가에게 밥을 떠주는 수고로움만 하고 결국 깨끗이 몸을 씻고 다음 일을 위하여 제자리에서 기다린다.

어지러운 우리사회에 공자 맹자보다 더 중요한 밥자의 역할에 귀를 기울이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밥자로 제대로 저어주면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리지도 모른다.

맛있고 영양이 있는 전복죽을 한 그릇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밥자들의 수고와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이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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