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忘却이 행복이다
-초인 현달환-
살아가는 건
未知의 길을 걸어가는 것
초행의 먼 여행이기에
더듬더듬 상처 난 손이
제 나이만큼
차곡차곡 두터워 가는 것
사라지는 건
지나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
먼 여행을 왔다
벌건 눈물을 다 쏟고
다시 돌아가는 초행의 길을 밟아
흔적을 지워 가는 것
사는 것은
나를 남기지 않고 태우는 것
잘
사는 것은
나를 지우며 잊혀가는 것
그것으로
인생
행복
그러나 기억이라는 것은 우리가 좋았던 경우에는 빛이 난다. 과거의 좋았던 것을 기억하여 추억하는 데 기억력이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 그래서 기억력이 좋은 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사실 사람들은 모든 게 기억력으로 판가름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도 보면 보통 기억력이 좋은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기억저장소에 차곡차곡 저장해두고 그것을 꺼내서 활용한다는 것. 그게 지식이다. 그게 잘 안되면 기억력이 좋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짜증만 나고 공부도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얻은 지식이나 정보 사실 등을 전부 머릿속에 기억해서 꺼낸다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그것을 꺼낸다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기억을 못하여 환자 취급받는 게 치매라는 병이다. 치매는 기억을 못하여서 생기는 것인데 우리는 가장 무서운 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치매 걸린 환자는 사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의 좋았던 것을 기억하는 것이기에 온화한 표정을 짓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안 좋은 기억을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을 계속 남기는 것은 치매환자가 발생할 때 환자의 태도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을 하는 동물이고 그것을 지워가는 동물이다. 지나간 것은 지워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 그것을 잊지 못하면 개인의 불행이고 가정의 불행이고 사회의 불행일 수 있다. 안 좋은 것은 잊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자.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은 영원히 기억하자고 늘 되뇌자.
아이들이 기억을 못하는 것은 반복의 힘이 부족해서다. 기억은 반복의 힘이다. 우리의 뇌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편안한 상태에서는 뇌의 활동이 편안해서 기억을 잘 못한다. 우리가 살면서 극도의 위험스런 일, 엄청 기뻤던 일 등을 기억하는 것은 뇌의 활동을 편안한 상태에서 흥분된 상태, 긴장된 상태의 환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는 방법은 새로운 환경을 가끔씩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매일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가끔 안방에서 가끔 거실에서 공부하고 뇌에게 큰소리로 명령을 내려 ‘이제부터 공부하노니 나의 뇌는 잘 기억해두라’는 메시지를 주면 뇌는 겁(?)이 나서 잘 기억한다. 안하던 방식으로 공부를 하면 그것을 잘 기억하는 것이다. 충격이란 상태를 잘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는 기억을 오래하는 것은 좋지만 불행한 것은 빨리 잊어야 내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삶이 힘이 빠지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자기스스로 패배의식이나 소외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가족의 힘이고 사회의 관심이고 국가의 테두리 보장이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을 국가가, 사회가, 가정이 책임을 회피하면 인간은 자멸할 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 인간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치유의 길에 ‘망각’이라는 신이 주신 지우개의 선물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지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