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전천후 농업용수원이 마련되게 됐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위주로 이뤄지던 농업용수가 이제 농업용수를 생산해 사용하는 시스템이 이뤄지게 되었다.
구좌읍지역 농업용수 광역화사업(2014~2016)착공에 이어 지난 달 기획재정부에서 구좌읍 지역을 제외한 제주도 전역에 공급할 농엽용수 광역화사업 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심사결과 통과됨으로써 실현 가능케 된 것이다.
2013년 제주지역 농업인들은 최악의 여름가뭄을 겪었다. 50여일 이상 가뭄이 이어졌다. 열대야도 50일 이상 지속돼 밤낮없이 더위에 녹아났다. 사람만 녹아난 게 아니다. 농작물도 같았다.
가을작물 파종이 늦춰지고, 파종한 당근은 발아가 안 되었다. 월동채소 정식도 이뤄져야 하지만 마른 땅에 묘를 이식할 수가 없었다. 감귤나무도 시들시들해졌다. 부지런한 농민들은 밭마다 물백을 설치하고 소방차로 물을 공급받아 당근 파종 밭에 마구 뿌려댔다. 그러자 군데군데 조금씩 당근이 발아되었다.
그런데 급상승하는 지상 온도로 흙과 맞닿아 막 터오른 당근묘의 지상부위가 더위에 익혀져 말라죽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다 8월 하순께부터 비가 조금 내리고 태풍을 동반한 폭우마저 내려 완전 해갈되었다. 그런데 물백도 물뿌림도 하지 않은 당근 파종밭에는 뒤늦게 나마 싱싱하게 당근묘가 싹터 정상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지 않고 게으른 자를 돕고 말았다.
이런 가뭄 홍역을 치르면서 도당국은 전천후 광역 농업용수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이듬해인 2014년 2월에 동부권역농업용수 광역화시범사업에 착수했다. 165억원을 투입해 구좌읍 2062ha에 공급할 ‘물 공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1공구 사업을 완료(2015)하고, 이제 2공구 급수관로 및 양수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는 해마다 겪는 가뭄과 같은 유사한 문제에 대하여 똑같은 답만을 반복 달아 왔다. 한 마디로 예산 뒷받침이 없는 립서비스만 계속 해온 것이다. 가뭄이 닥치면 내일 당장 저수지를 만들고 농업용 시추공사로 물을 펑펑 퍼올려 공급할 것처럼 ‘거짓된 진정성’을 보이며 성난 농심을 달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때만 넘으면 그만이었다. 또 다음해 가뭄이 들면 똑 같은 일들이 벌어져왔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는 구좌읍 지역은 이미 사업이 착공(2014)돼 완공단계에 있으므로 이 지역을 제외한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용수 광역화 사업 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심사를 벌여 최종 통과시켰다고 한다.
사업비 1447억원(국비 1157억6000만원, 지방비 289억4000만원)을 투입해 농업용 관정개발 58곳, 용천수개발 6개소, 대용량저수조 58개소와 농업용수 관로 503.9㎞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도가 내년도에 국비 19억원을 투입해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농업용수광역화사업'에 대한 기본 설계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도별 공구별 실시 설계및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2024년 사업 완료로 도내 농업용수 급수율은 9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 농촌이 최소한 가뭄과 물 부족으로 인한 농업피해는 줄이게 됐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