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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55)토吐요일
[현달환 칼럼](55)토吐요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08.05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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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吐요일

-초人 현달환-

원탁위에 놓인
소주? 하나
족발? 하나
젓가락? 둘
소주잔? 둘

원탁아래 놓인
의자? 두울
그림자? 두울

“하하하+허허허+깔깔깔+끽끽끽“

주인은 간데없다
친구도 간데없다
나는 길바닥에 얼굴 처박고
달콤한 영양소를
자연으로 되돌린다.

(2012년 문장21 가을호 수록)

▲ 현달환 시인/수필가
아이 때의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무엇 무엇이 될 거야 하면서 자기의 포부를 그리며 산다. 그러나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는 젊은 청춘이 있다. 인생의 황금이라고 하는 젊은 청춘이 있다. 그 청춘에 누구나 어른이 되는 과정의 하나인 술을 알게 되고 끽연도 하게 되고 이성도 눈뜨게 된다. 젊음이라는 청춘은 그 시기에 술을 흠뻑 마시며 주류회사에 일조를 하지 않은 청춘들이 어디 있을까. 그런 시기에 무엇이 두려운 게 있었던가. 밤이면 친구들과의 만남에 술을 마시곤 길바닥이 동네사랑방이 되어 오징어보다 질긴 야화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런 청춘들이 세월이 흘러 말하자면 현재 이 땅을 지키고 있는 아빠, 엄마들인 걸 지금 어린 청춘들은 알까나? 청춘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만 그런 시절의 청춘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슬프지만 매일 술에 젖어 거리를 헤매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은 술 안 먹는 시대로 접어들었는지 젊은 청춘들이 거리를 헤매는 외로운 늑대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술이란 걸 어르신한테 배우지만 보통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이나 사회에서 주로 배운다. 나 역시 벗들과 어울리며 소주를 파는 식당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빈대떡을 시켜놓고 멋으로 한번 마셔보았다. 그렇게 처음 마시는 술이 그렇게 좋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두 번씩 마시면서 술이 몸에 맞는 것 같고 계속 마시다보니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선배가 하는 말이 ‘어떤 사람도 술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라는 말을 해서 그 이후로 술을 자제했지만 그래도 술은 계속 마시게 되었다. 밤이 새도록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할 때까지 마시곤 했다.

술이란 것은 참 멋진 음식인 것 같다. 술로 인해 우리의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어떤 때는 뒤틀릴 수도 있지만 장점이 있는 음식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술 하면, 버릇이다. 술버릇들이 제각각이라 장관을 이룬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 길바닥에 드러누워 뒹구는 사람, 옷을 다 벗고 자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하튼 술이란 것은 인간사회에 있어서 장점만을 보자면 ‘웬수’인 것이다. 그 웬수 때문에 결혼한 사람도 나오고 그 웬수 때문에 정을 붙이고 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길에 토(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토하는 것을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본적도 많다. 세상에 볼 것 안 볼 것 등이 많은 이 시기에 토할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가 숨통을 틀 수 있는 토(土)요일은 토(吐)하게 놔두는 것도 좋으리라. 그래야 청춘들이 울분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청춘들이 숨 쉴 것 같다. 이 겁나게 더운 여름날, 답답한 계절을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토하도록 놔두자. 지나가는 고양이도 지렁이도 바퀴벌레도 모기도 파리도 온갖 미생물들이 깨어있는 그런 토요일이 되면 어쩌면 지구는 더욱 살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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