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내던 2004년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나경원 의원은 2006년-2007년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진력(盡力)을 다했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도곡동 땅 문제 등 이명박 후보에서 터져 나온 악재를 옹호하기 위해 이명박 캠프에서 내어 놓은 변론과 궤변은 참으로 가관이었는데, 나경원 의원도 그 캠프의 일원이었다. 대선 박판에 터져나온 BBK 동영상에 대해서 나경원은 MB의 발언에 “주어(主語)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윤리는 쪼다나 지키는 것”이라고 한 김진홍 목사, “도덕성은 좌파가 파놓은 함정”이라고 한 조갑제의 발언과 더불어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나온 불후(不朽)의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좌절했고, 이런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전원책 변호사를 좋아해서 그와의 인연이 그 때 시작됐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석연 변호사와 MB와의 인연은 BBK다. 이석연 변호사는 대선이 끝나고 당시 여당(민주당)이 발의한 이명박 특검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에서 MB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솔직히 나는 그것을 보고 놀랬다. 이명박 특검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억지였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변호사가 많았다. 2007년 12월 말,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서 특검범 위헌 여부를 다루는 대담을 했는데, MB측 변호사와 내가 출연했다. 나는 물론 특검법이 당연히 합헌이라고 주장했고, 단지 임의동행 조항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결정했고, 단지 임의동행 조항만 무효로 처리했다. 그리고 특검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사를 했고, BBK 지원단 변호사들의 활약 때문인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명박 당선자를 무혐의 처리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꼬리곰탕 먹으면서 한 수사”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정권 들어서 사법 법제 관련 인사를 보면 BBK 등 여러 문제에서 MB를 옹호했던 변호사들이 청와대 참모, 감사위원 등으로 아주 잘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석연 변호사도 법제처장을 지냈는데,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본인에 대한 형사소추를 막아준 변호사를 법제처장으로 임명한 것이라 ‘BBK 인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BBK는 사화산이 아니고 휴화산임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12-12와 5-18 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가 중단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BBK 등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금 중단 중이고, 따라서 다음 정권에선 언제든지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나온 부정할 수 없는 BBK 증거 중의 하나가 MBC 인터뷰 동영상이다. MB를 인터뷰했던 박영선 의원은 서울시장 보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박영선 의원이 박 변호사를 지원할 가능성은 커졌고, 서울시장 보선은 “BBK 재회전(再會戰)‘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농후해 지고 있다. “진실은 잠시 가릴 수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서울포스트